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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완전 사회 ( The complete society ) edited ver. 2

by warnpeace 2024. 9. 29.

‘미래로의 여행’ 계획은 시론 디크윜 박사의 결제를 거쳐 UN총회에 상정 되었다. 이것은 이미 그저 절차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되어 있어 이내 승인과 동시에 시행에 옮겨졌다.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가로 놓일 거란 예상은 하면서.
첫번째 난제가 현재를 대표하여 미래의 세상에 보낼 인물의 선정이었다. 이 계획의 제안자인 사회학자 그룹에서는 그 인물이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었다. 또한 생리학회는 얼마간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간 기밀실에서 불로불사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생리적으로 완전한 건강체이어야 한다고 했다. 지성인인 동시에 완전한 신체를 갖춘 사람, ‘완전인간’ 이어야 했다. 그리고 이 계획을 이해하고 스스로 이 모험에 투신할 독지가이기도 해야 했다.
‘미래로의 여행’에 나설 후보자 선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숙제는 세계의사협회가 맡게 되었다. 저널리즘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것은 완전인간 찾기에 대중의 인기나 호기심 등을 배제하기 위함이었다.
세계의사협회는 각국의 협회에 공지하였다. ‘당신이 완전인간을 찾아 내어 후보자가 되어 줄것을 권유합시다. 오늘의 인류를 대표해 우리의 영광과 비극을 미래에 전해달라고’

공지문을 본 대부분의 아니 거의 모든 의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을 것이다.
‘완전인간? 어디 그런 사람이 있겠나?’
흔히 얘기들하는 건강체는 많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에서 완전 건강체는 간단치 않다. 피부에서 골격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결함도 없어야 한다는데 그런 신체를 가진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하고 또 설득도 해야한다.
과거 의학계의 기록에 보면 완전인간을 다룬 의사가 있기는 있었으나 몇 극소수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시행 책임자 시론 디크윜 박사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곧 닥칠 엄청난 비극을 막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넋놓고 있을 수도 없어 결국 이 프로젝트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어, 그는 앞으로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기로 마음 먹었다. 잿더미 속에 우리의 작은 흔적만이라도 미래에 꼭 전달하도록.
각 나라의 의사들은 가능성을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심을 갖고 완전인간 찾기에 관심을 가졌으나 예상했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아무 결과도 없이 몇 해가 지나갔다. 원래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얘기가 됐고, 또 쉽게 찾게 되는 게 아니었지만 그 중 다행인것은 비교적 많은 의사들이 기억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순건 공업 주식회사의 의무실장으로 있는 김정원 박사는 지난 주에 끝난 종업원 정기 검진의 개인 카드들을 정리하다가 그중 한 장에 시선이 멈췄다. 3천장이 넘는 카드를 분류하다가 박사는 조금 색다른 숫자를 발견했다. 신장 175 센티미터, 체중 70 킬로그램, 시력 각각 2.0, 기타 청력 치아 호흡량 손아귀힘 팔걸이횟수 등등 카드 기록은 이 사람이 표준체격이며 전체조직이 우수하고 과거에도 아무 질병이 없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었다. 카드의 주인공은 ‘우선구, 남자, 27세,‘ 재료부 직원이었다.
김 박사는 카드를 빼냈다. 물론 그가 별다른 생각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카드의 숫자가 하도 훌륭하고, 또 얼마 전에 직접 만났을 때 인상에 끌린 적이 있어 다시 보려 한 것뿐이었다. 뒷날 이 청년이 유엔이 전세계에 걸쳐서 찾고 있는 완전인간이라는 것을 예상한 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미래로의 여행을 떠날 운명의 남자가 되리라는 짐작은 조금도 없었다.
며칠후 김 박사는 우선구에게 전화를 걸어 의무실로 찾아와 주기를 청했다. 박사 앞에 나타난 우선구는 건강검진 결과가 하도 좋아서 다시 재확인해 보자는 박사의 요청에 별 이의없이 동의하였다.
지난번 단체 검진때와는 전혀 다른 정밀하고 까다로운 검사가 대부분이었다. 혈액이며 각종 분비물의 검사, 혈압, 맥박의 측정은 그렇거니 했으나 신체 각부의 뢴트겐 촬영까지 하자는 데는 약간 번거로움을 느꼈는지
“이거 미스터 유니버스 대회에라도 보내시렵니까?“ 했다.
“몇 개 더 확인해 보는 것뿐이네” 박사는 대꾸하였다.
삼일후 뢴트겐 검사를 포함한 모든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박사는 우선구에게 국립중앙병원에 열흘간 입원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본격적인 검진 과정에 대해 얘기하였다.
”그렇게까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선구는 단번에 거절하였다. 멀쩡한 사람더러 열흘이나 입원하라니 황당한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무실장은 단념하지 않았다. 인사부장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어 더욱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 사람 참 기이한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재죠. 굉장히 다재다능한 수재입니다. 대학 시절에 고등고시에 패스했으니까요. 그것도 행정·사법 두 가지 다 치러냈다지 뭡니까. 그러면서도 자기 취미도 살리고 있고요. 문단에도 이름이 있습디다. 스포츠도 상당해요. 우리 회사 대표 선수예요. 연식 정구죠. 성품도 듬직합니다. 지난번 중역회의 때 기획부 관리계장으로 발탁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본인이 사양하고 그냥 재료부 평직원으로 있겠다지 뭐예요. 지금 그 사람은 우리 공장에서 구입하고 있는 제철 원료 일부를 대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네요. 부서장 말인즉 상당한 수준이래요. 그 친구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뇌가 멈출 거라 생각하나봐요. 하하하.“
박사는 사장한테 가서 협조를 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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